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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름 논리적


  포털 사이트에서 현재자동차 비정규직 관련 기사를 보았다. 이런 기사에 어떤 내용의 리플들이 달려있을지야 뻔하지만, 사타구니 긁고 난 후 손에 베인 냄새가 구리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한번 더 맡아보고 싶은 '암내심리'가 작동해 한번 살펴보았더니 역시나 살벌하다. 어떤 사람이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직업의 안정성 면에서 떨어지니 그 반대급부로 좀 더 돈을 더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썼다. 그런 의견 나 역시 예전부터 가지고 있어서 옳다쿠나라고 했는데, 의외로 많은 네티즌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한 네티즌은 비정규직이 돈을 많이 벌면 누가 정규직하려고 공부하고 스펙따고 하겠냐고 조소를 보냈다. 다른 네티즌은 억울하면 니들도 공부 열심히 해서 정규직되지 그랬냐는 얘기를 했다. 그 리플들을 읽고 참 재수없다고 생각했지만 나름 논리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을 가진 자들이 우리네 보통 사람에게 행복한 삶을 허용하지 않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게 가능하다면 누가 돈을 벌려고 하겠는가? 아무도 돈을 벌려고 하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돌아가겠냐?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가난한 자가 개취급 당하고 불행하게 사는 것이다.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외적인 조건 같은 거 안 보고 사랑을 한다면 성형외과, 명품옷장사, 자동차회사, 결혼정보회사, 부동산중개인, 건설회사 등등 망하게 되는 사업들이 여러가지이다. 예전에 의사들이 결혼정보회사 서비스를 이용해서 이 여자, 저 여자 따먹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때는 참 그게 화가 났는데 화만 낼 일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특권들이 그들에게 부여되지 않는다면 누가 사람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치열한 현장에서 일하고자 하겠는가? 있기야 있겠지. 근데 다들 알겠지만 그런 숭고한 사람들 아주 아주 귀하잖아. 우리 사회의 구성원 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만이 의사를 할 거다. 그러니까 의사들 좆빨아주는 여자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 생명의 은인이다.
 
  살아보니 이 세상이 아주 그지 같아도 무작정 욕만 할 건 아니라는 거 알게되더라. 세상이란 게 되게 이상하게 굴러가는 거 같아도 살짝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꽤나 견고하더라. 그렇지만 말이야. 그냥 슬프다. 논리고 뭐고 경제고 어떻고 자본이 어떻고를 다 떠나서 존나 슬프지 않냐, 이거지. 그 기사에 리플을 단 쿨하고 시크하고 냉정한 사람들에게 되게 설득력있는 리플을 달아주고 싶었는데 글빨도 안 되고 머리도 안 돌아가고 할 말도 없어서 못했다. 그냥 단지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