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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gentlemen quality


  요즘 여성혐오적인 얘기들이 많이 떠돈다. 나도 저런 얘기 한때 많이 했었지. 학교 다닐 때 팀 프로젝트하면서 공주처럼 행동하는 아가씨들에게 한창 치였을 때 저런 얘기들 많이 한 거 같다. 그래서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똑똑하고 일 잘 하고 깡이 있는 여성들에게 호의적이었던 것이고 그래서 연애상대로서의 여자를 바라보는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도 그런 측면에 무게를 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하게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여자친구랑 주말에 카페가서 조모임할 것도 아니고... 연애는 그냥 딱 봐서 괜찮다 싶은, 좀 저속하게 들릴 수도 있는 표현이지만 '땡기는' 사람이랑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고삐리들도 다 아는 걸 난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

  이것 또한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만, 소위 '개념녀'들이 정말로 개념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냥 남자의 환심을 사는 법, 남자들 사이에서 이미지 관리하는 법에 대해 통달한 것일 뿐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정말로 '개념녀'인 걸 알고 싶다면 그녀가 자신이 싫어하는, 혹은 흥미가 없어진 남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봐야 된다. 사실 남자들이 듣고 보기에 안 좋은 얘기나 행동을 대놓고 하는 친구들은 어떤 의미에선 차라리 순수하고 때묻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기꾼들이 사람 좋은 웃음의 소유자라는 사실, 그리고 바람둥이들이 애절한 성시경류 발라드를 컬러링으로 해놓는 것과 같은 이치. '죽인다, 죽인다'고 말만 하는 애들은 절대 사람 못 죽이는 것과 비슷한 거지.  

  남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내 경험 상 정말로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매우 희귀하다.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하다'라는 같은 전제 아래에서 다른 행동을 하는 것 뿐이다. 남자가 더 뛰어나니까 lady first를 하는 사람도 있고, 남자가 더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역차별받는다고 화를 내면서 군가산점을 달라고 하거나 여자도 군대가라고 리플을 다는 친구들도 있는 거지, 사실 전제는 같다. 아니, 어쩌면 두 유형이 동일인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진짜로 남녀가 평등하다고 혹은 평등해야 한다고 믿는 남자가 만약 있다면 그 남자가 여자들이 좋아하는 매너남과는 살짝 다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여자도 군대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사실은 남녀평등에 대해 더 고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