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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연장자들이 주로 하는 잔소리 중 하나가 바로 '정말로 원하는 것이 뭐냐?',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냐' 류인데 언뜻 들으면 맞는 소리 같아도 그 말들이 청자에게 주는 효과를 생각하면 그게 과연 괜찮은 충고인가 싶다. 저런 말은 청자로 하여금 '이게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걸까?', '과연 나는 지금 이렇게 살면서 내 인생을 즐기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 따르면 그런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더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맛있는 것 먹고 즐길 수 있는 거 즐기고 가끔 잘난 놈들 때문에 마음 상하면 나보다 못난 놈 보면서 우월감 좀 가져서 상쇄시키고 그런 삶이 '차라리' 즐거운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문뜩 서서 내가 걸어온 발자국을 뒤돌아보면 아주 위인이라거나 억세게 운 좋은 놈이 아닌 이상은 멜랑콜리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냐? 

  '정말로 원하는 게 뭐냐?' 따위 하나마나한 얘기보다는 그냥 '우리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라든가 '시간 있으면 잠깐 한강가서 한바퀴 뛸래'가 훨씬 좋은 조언인 것 같다. 저 하나마나한 얘기를 내가 동생들에게 좀 했었는데 부끄럽구나. 애정어린 조언이나 충고를 해준답시고 존나 있어보이는 선배로 보이려는 욕구를 풀려고 했었던 것 같아서 반성. 정말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어떤 말을 해줄까가 문제가 아니라 그 말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가 관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