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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

영화와 의리 갑자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 자기를 반겨주는 사람이 매춘부 뿐이라서 매일같이 홍등가를 들락거렸다던데... 그 얘기 처음 들을 때에는 참 핑계도 좋다, 고 생각했는데 나이들고 또 고독이라는 게 대충 이런 거구나는 걸 알 수 있게 되면서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경우엔, 돈이 없다보니 매춘부조차도 반겨주지 않는데 그래도 영화가 있어서 살만하다. 무생물이니까 그런 거지 뭐. 사실 영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예전에도 글로 썼지만 내가 돈 많고 잘 생기고 키 크고 그랬다면 시네마데크라든가 영화제작하는 모임같은 데는 얼씬도 안했을 것이다. 지금도 영화에 미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인연이라면 의리를 지켜야 하지 않나 싶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무지.. 더보기
새로운 메시지 내가 '도대체 왜?'라고 물을 때마다 너는 항상 '그냥'이라고 대답을 했지만 아직도 납득할 수 없다. 정말로 네가 자신의 특정한 말과 행동이 상대방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라면, 애초부터 내가 알아보고 피했겠지. 대인관계 처세술에 있어서 무척이나 능숙한 네가 그런 걸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결국은 나를 엿먹이려고 그랬다는 건데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비꼬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모르겠고 매우 궁금하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사과를 하는 건 무책임한 거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할 수 없다. 그저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너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면 그게 결코 고의는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나를 .. 더보기
남 얘기 누가 다른 남자랑 바람이 났다더라, 하는 얘기 들으면 겉으로는 그냥 웃어넘기면서도 사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냥 남 얘기로 넘기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30대 중반 여교사가 중학생 꼬셔서 놀았다는 기사도 보면서 씁쓸했다. 남편 기분은 어떨까, 애 기분은 어떨까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상념에 잠긴다. 이런 류의 얘기가 들릴 때 그냥 히히덕거리면서 음담폐설을 꺼리낌없이 할 수 있었던 예전이 그립다. 나이를 먹으면서 공감하는 능력이 느는 것을 성숙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이 변화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서 슬슬 잊어가고 있는 안 좋은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니 아주 기분이 좆같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어떤 새끼가 그런 거야? 더보기
의리 사랑에 있어서 선택이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 반대로, 우정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선택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의 결정을 두고 우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래서 인간의 삶에서는 사랑보다는 의리, 우정 이런 게 더 중요하다. 자유의지의 산물이니까. 하지만 또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과 우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랑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더보기
행복 김지운 감독의 이라는 책에서 공감가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그 유명한 라이벌 관계 모자르트랑 살리에르 얘기였는데, 살리에르가 비극적인 인생을 산 것은 음악적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남의 재능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는 얘기였다. 맞는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음악적으로 뛰어난 천재성을 가진 남자보다 못났다 뿐이지 살리에르도 뭐 나름 괜찮은 재능을 가진 사람 아닌가? 뭐, 이 정도면 됐지, 난 귀는 들리잖아,라고 쿨하고 인정하고 자기가 즐길 수 있는 것만 즐겼다면 행복한 인생이었을텐데. 나 개인의 불안함과 불행하다는 느낌 역시 대부분 다른 사람의 소유와 성취, 타고난 것에 대한 지나친 관심에서 온다. 솔직히 나도 꽤나 편하게 사는 편인데, 가끔씩 내가 생각할 때 절대 잘 되어서는 안 될 사람.. 더보기
lifestyle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 좋아함이라는 감정의 대상이 도대체 실질적으로 무엇인지가 참 애매해진다. 내가 좋아한다는 그 사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나의 감각기관으로 느낄 수 있는 그 사람의 육체인가? 아니면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외모의 아름다움? 아니면 좀 내면적인 것일까? 성격이라든가, 윤리관 같은 거? 교양이나 학식? 가장 편리한 대답은 '복합적이다'라는 말. 물론 그 말이 정답이다. 어느 한 가지만이 정답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순위를 매겨보자. 이런 거야 결국은 진리의 '케바케'겠지만, 나의 경우엔 결국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세상에 대한 리액션,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는 방식과 그 근거, 매순간 그 사람이 따르는 원칙, 위급한 상황에서 내리는 결단의 .. 더보기
해리 파괴하기 우디 앨런의 를 봤다. 영화 정말 좋다. 우디 앨런의 말빨이야 원래부터 유명하고, 이 영화에도 정말 죽이는 대사들이 많다. 썰도 좋았지만, 영화적인 형식미도 적어도 내가 보기엔 아주 괜찮았다. 근데 영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 영화의 주인공 해리는 꽤 유명한 소설가인데 자기 지인들의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모습을 아주 시니컬한 투의 글로 풀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당연히 주위 사람들이 무지하게 싫어한다. 우연찮게 이런 영화를 본 오늘 아침, 지인이 자신의 책을 보고 이러저러한 얘기를 했다는 소설가 은희경씨의 tweet을 읽었다. 하하하.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그녀는 랩탑을 들고 나타났다. 나와의 대화 중에도 틈틈이 타이핑을 하길래 뭐를 하냐고 물어봤더니 소설 같은 걸 쓴다고 했다. 아마.. 더보기
감정이라는 짐 & .... 오늘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의 를 보다가 주인공이 옛 연인을 찾아가는 부분에서 갑자기 울컥했다. 별로 머리는 쓰기 싫고 그렇다고 너무 방방 뛰는 거 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드팔마 형님 솜씨나 감상하자고 예전에 몇 번 봤던 를 택한 건데 방심하다가 의외의 부분에서 당했다. 어릴 때는 어떤 감정에 빠지는 과정에서 일종의 나르시즘 같은 것도 있었는데(어린 애들이 자기 우는 모습 셀카치는 거 꽤 이해간다), 이제는 내 속에 남아있는 감수성이 그저 불편할 따름이다. 한 2~30분 엄청난 슬픔과 답답함을 느끼다가 이제 좀 나아졌다. 하마터면, 또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할 뻔 했다. 진짜 또 전화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라고 그러는지.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 감수성이 무뎌지는 걸 안타까워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어서 .. 더보기
여름날 올 여름은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비굴해질 수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휴, 진짜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부끄럽다. 그래도 그런 비굴함이 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이다. 비굴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야 그게 최상이겠지만, 나 좀 불쌍하게 여겨달라고 비굴한 소리하고 자위하고 그러면서 고비를 넘긴 것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급할 때만 존나 굽히고 입 싹 닦지만 않는다면 나도 꽤 괜찮은 인간일 수 있다.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와라. 뭐 그럴 일 별로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