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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

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다. 시네21에서 본 이 영화에 대한 이동진 기자의 단평은 '무엇'과 '왜'를 결여한 '어떻게'의 공허함이다. '마음산책'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김지운 감독의 책에서 나오는데, 이 아저씨에겐 애초부터 '왜'가 없다. 그냥 이런 걸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 그래서 이걸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 괜찮을 것 같아, 뭐 그런 식. 이 아저씨에게 창작의도를 묻는 질문은 왜 태어났냐고 하는 거랑 같은 거다. 한마디로 욕이란 얘기. 영화평론이 직업인 이동진 기자도 그 사실을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 이건 왜 없냐, 저건 왜 없냐, 그렇다면 왜 만든거냐, 는 식으로 집요하게 따지기 보다는 김지운 스타일 전반적인 것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한 것 같다. 나도 뭐 비슷한 생각. 인터뷰에서는 전혀 안 그런 척하지만 자세히 들.. 더보기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연장자들이 주로 하는 잔소리 중 하나가 바로 '정말로 원하는 것이 뭐냐?',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냐' 류인데 언뜻 들으면 맞는 소리 같아도 그 말들이 청자에게 주는 효과를 생각하면 그게 과연 괜찮은 충고인가 싶다. 저런 말은 청자로 하여금 '이게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걸까?', '과연 나는 지금 이렇게 살면서 내 인생을 즐기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 따르면 그런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더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맛있는 것 먹고 즐길 수 있는 거 즐기고 가끔 잘난 놈들 때문에 마음 상하면 나보다 못난 놈 보면서 우월감 좀 가져서 상쇄시키고 그런 삶이 '차라리' 즐거운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문뜩 서서 내가 .. 더보기
스포츠 아시안게임이 요즘 화제다. 그야말로 스포츠의 2010년이다. 난 아시안게임 안 본다. 재미가 없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중에도 여전히 SBS스포츠에 채널 고정 중. 저번 명절 때 고향갔을 때 아버지께서 여자축구 시합을 언제 하는지 물으셨다. 난 대답 못했다.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고. 내가 축구 게임에서 기대하는 그런 흥분감을 여자축구에선 못 느껴서 관심을 안 둔다. 음복 때 얘기를 해보니 아버지께선 김연아나 박태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한국 사람이 박태환, 김연아에 대해 관심이 있고 올해 선전을 한 여자축구대표팀 얘기를 하는 것이 놀랍진 않다. 하지만 그게 우리 아버지라면 좀 다르다. 스포츠미디어 쪽에서 일하는 걸 꿈꾸던 청소년기의 나는 스포츠 시합 시청을 무지하게 좋아했었다. 엑셀이 없던 시절 .. 더보기
gentlemen quality 요즘 여성혐오적인 얘기들이 많이 떠돈다. 나도 저런 얘기 한때 많이 했었지. 학교 다닐 때 팀 프로젝트하면서 공주처럼 행동하는 아가씨들에게 한창 치였을 때 저런 얘기들 많이 한 거 같다. 그래서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똑똑하고 일 잘 하고 깡이 있는 여성들에게 호의적이었던 것이고 그래서 연애상대로서의 여자를 바라보는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도 그런 측면에 무게를 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하게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여자친구랑 주말에 카페가서 조모임할 것도 아니고... 연애는 그냥 딱 봐서 괜찮다 싶은, 좀 저속하게 들릴 수도 있는 표현이지만 '땡기는' 사람이랑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고삐리들도 다 아는 걸 난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 이것 또한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만, 소위 '개념녀'들이 정말로 개념이 .. 더보기
나름 논리적 포털 사이트에서 현재자동차 비정규직 관련 기사를 보았다. 이런 기사에 어떤 내용의 리플들이 달려있을지야 뻔하지만, 사타구니 긁고 난 후 손에 베인 냄새가 구리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한번 더 맡아보고 싶은 '암내심리'가 작동해 한번 살펴보았더니 역시나 살벌하다. 어떤 사람이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직업의 안정성 면에서 떨어지니 그 반대급부로 좀 더 돈을 더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썼다. 그런 의견 나 역시 예전부터 가지고 있어서 옳다쿠나라고 했는데, 의외로 많은 네티즌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한 네티즌은 비정규직이 돈을 많이 벌면 누가 정규직하려고 공부하고 스펙따고 하겠냐고 조소를 보냈다. 다른 네티즌은 억울하면 니들도 공부 열심히 해서 정규직되지 그랬냐는 얘기를 했다. 그 리플들을 읽고 참 재수없다고 생.. 더보기
육체/정신 결과가 안 좋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해야지, 라고 수백번 다짐해도 막상 닥치면 그게 잘 안 된다. 가까스로 '괜찮다'라고 자신을 타이르고 애써 포커페이스로 표정을 관리하여도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부지런해져야 함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실천을 해야지. 더보기
테스토스테론 요즘 다시 UFC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 MMA를 안 본지가 거의 3~4년 정도 되었다. 한동안 안 보던 킬링타임용 컨텐츠를 다시 보게 된 정도의, 아주 미세한 변화에 불과하지만 생각보다 일상생활에 파급력이 있다. 헬스장을 가면 아무래도 트레이닝을 전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어서 빨리 강한 육체를 얻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것이 생기니까. 그리고 안 좋은 옛 기억이 다시 떠오를 때에는 쓸데없이 감상에 잠기기보단 좀 공격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예전보단 나은 것 같다). 군 제대 후 약 2~3년간 MMA도 참 열심히 보고 운동도 되게 열심히 했었다. 오버트레이닝을 하다가 자주 다치기도 했지만 확실히 내 인생에서 가장 육체적으로 건강했었다. 사실 공부를 열심히.. 더보기
다짐 또 다짐 1. 세상의 모든 행운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럼 뭐 어때.'라고 쿨하게 넘기자. 정말로 그럼 뭐 어떤가? 걔네나 나나 결국은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일 뿐이다. 2. 인생의 즐거움이나 보람, 성취를 showing에 두지 말자. showing은 말 그대로 showing일 뿐이다. 아무리 럭셔리한 옷을 걸쳐도 쇼윈도 속 마네킹의 삶이 행복할 수는 없다. 3. 운동은 꾸준히 하자. 실로 오랜만에 다짐을 해보네. 더보기
왜? 이미 섹스가 레져스포츠化된 사회에서 더 이상 순애보라든가 순정이 의미가 있나 싶다. 그 가치들에 대해 윤리적으로 동조하는 척조차 안 하면서 어째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또 호의적이고 자기 자신을 지킬 생각조차 안 하는 가치들을 찬양하는 글을 쓰고 읽고 노래 부르는 거지? 자기는 즐길 거 다 즐기고 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자기에게 충성을 다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도둑놈 심보같은 건가? 특정한 인간관계에서 자신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하는 정복욕 같은 건가? 그냥 그런 류의 정서가 미학적으로 괜찮은 것 같아서? 그렇다면 그런 것을 선호하는 것이 검정색 스타킹이나 가터 벨트에 대한 아저씨들의 페티시즘과 뭐가 다른가 시퍼요. 더보기
자부심 어제 승승장구에서 김성근 감독 나온 거 보면서 다시 생각에 잠긴다. 김성근 감독 이야기와 다양한 야구 기사와 자서전 등을 통해 많이 봐왔다. 어제 김감독이 했던 얘기도 나에게는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었다. 김성근이라는 남자, 정말 같은 남자로서 존경스럽고 멋있다. 자부심이란 저런 거구나, 라는 게 느껴진다. 남자는 상황에 불평하지 말고 결과로서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그런 얘기를 항상 하시더라. 되게 멋있는 말, 멋있는 인생, 멋있는 자세라는 거 공감하는데 저러한 태도로 남은 인생을 보내보자, 라고 막상 마음을 먹으면 금새 가슴이 또 답답해진다. 그건 너무 피곤한 인생 아닐까, 라는 의문. 즐겁고 달콤하고 유유자적할 수 있는 그런 인생이 나에겐 도저히 허용되지 않는 건가, 라는 자조. 그렇다고 내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