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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다. 시네21에서 본 이 영화에 대한 이동진 기자의 단평은 '무엇'과 '왜'를 결여한 '어떻게'의 공허함이다. '마음산책'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김지운 감독의 책에서 나오는데, 이 아저씨에겐 애초부터 '왜'가 없다. 그냥 이런 걸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 그래서 이걸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 괜찮을 것 같아, 뭐 그런 식. 이 아저씨에게 창작의도를 묻는 질문은 왜 태어났냐고 하는 거랑 같은 거다. 한마디로 욕이란 얘기. 영화평론이 직업인 이동진 기자도 그 사실을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 이건 왜 없냐, 저건 왜 없냐, 그렇다면 왜 만든거냐, 는 식으로 집요하게 따지기 보다는 김지운 스타일 전반적인 것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한 것 같다. 나도 뭐 비슷한 생각. 인터뷰에서는 전혀 안 그런 척하지만 자세히 들.. 더보기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연장자들이 주로 하는 잔소리 중 하나가 바로 '정말로 원하는 것이 뭐냐?',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냐' 류인데 언뜻 들으면 맞는 소리 같아도 그 말들이 청자에게 주는 효과를 생각하면 그게 과연 괜찮은 충고인가 싶다. 저런 말은 청자로 하여금 '이게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걸까?', '과연 나는 지금 이렇게 살면서 내 인생을 즐기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 따르면 그런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더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맛있는 것 먹고 즐길 수 있는 거 즐기고 가끔 잘난 놈들 때문에 마음 상하면 나보다 못난 놈 보면서 우월감 좀 가져서 상쇄시키고 그런 삶이 '차라리' 즐거운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문뜩 서서 내가 .. 더보기
스포츠 아시안게임이 요즘 화제다. 그야말로 스포츠의 2010년이다. 난 아시안게임 안 본다. 재미가 없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중에도 여전히 SBS스포츠에 채널 고정 중. 저번 명절 때 고향갔을 때 아버지께서 여자축구 시합을 언제 하는지 물으셨다. 난 대답 못했다.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고. 내가 축구 게임에서 기대하는 그런 흥분감을 여자축구에선 못 느껴서 관심을 안 둔다. 음복 때 얘기를 해보니 아버지께선 김연아나 박태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한국 사람이 박태환, 김연아에 대해 관심이 있고 올해 선전을 한 여자축구대표팀 얘기를 하는 것이 놀랍진 않다. 하지만 그게 우리 아버지라면 좀 다르다. 스포츠미디어 쪽에서 일하는 걸 꿈꾸던 청소년기의 나는 스포츠 시합 시청을 무지하게 좋아했었다. 엑셀이 없던 시절 .. 더보기
gentlemen quality 요즘 여성혐오적인 얘기들이 많이 떠돈다. 나도 저런 얘기 한때 많이 했었지. 학교 다닐 때 팀 프로젝트하면서 공주처럼 행동하는 아가씨들에게 한창 치였을 때 저런 얘기들 많이 한 거 같다. 그래서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똑똑하고 일 잘 하고 깡이 있는 여성들에게 호의적이었던 것이고 그래서 연애상대로서의 여자를 바라보는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도 그런 측면에 무게를 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하게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여자친구랑 주말에 카페가서 조모임할 것도 아니고... 연애는 그냥 딱 봐서 괜찮다 싶은, 좀 저속하게 들릴 수도 있는 표현이지만 '땡기는' 사람이랑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고삐리들도 다 아는 걸 난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 이것 또한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만, 소위 '개념녀'들이 정말로 개념이 .. 더보기
나름 논리적 포털 사이트에서 현재자동차 비정규직 관련 기사를 보았다. 이런 기사에 어떤 내용의 리플들이 달려있을지야 뻔하지만, 사타구니 긁고 난 후 손에 베인 냄새가 구리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한번 더 맡아보고 싶은 '암내심리'가 작동해 한번 살펴보았더니 역시나 살벌하다. 어떤 사람이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직업의 안정성 면에서 떨어지니 그 반대급부로 좀 더 돈을 더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썼다. 그런 의견 나 역시 예전부터 가지고 있어서 옳다쿠나라고 했는데, 의외로 많은 네티즌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한 네티즌은 비정규직이 돈을 많이 벌면 누가 정규직하려고 공부하고 스펙따고 하겠냐고 조소를 보냈다. 다른 네티즌은 억울하면 니들도 공부 열심히 해서 정규직되지 그랬냐는 얘기를 했다. 그 리플들을 읽고 참 재수없다고 생.. 더보기
육체/정신 결과가 안 좋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해야지, 라고 수백번 다짐해도 막상 닥치면 그게 잘 안 된다. 가까스로 '괜찮다'라고 자신을 타이르고 애써 포커페이스로 표정을 관리하여도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부지런해져야 함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실천을 해야지. 더보기
테스토스테론 요즘 다시 UFC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 MMA를 안 본지가 거의 3~4년 정도 되었다. 한동안 안 보던 킬링타임용 컨텐츠를 다시 보게 된 정도의, 아주 미세한 변화에 불과하지만 생각보다 일상생활에 파급력이 있다. 헬스장을 가면 아무래도 트레이닝을 전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어서 빨리 강한 육체를 얻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것이 생기니까. 그리고 안 좋은 옛 기억이 다시 떠오를 때에는 쓸데없이 감상에 잠기기보단 좀 공격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예전보단 나은 것 같다). 군 제대 후 약 2~3년간 MMA도 참 열심히 보고 운동도 되게 열심히 했었다. 오버트레이닝을 하다가 자주 다치기도 했지만 확실히 내 인생에서 가장 육체적으로 건강했었다. 사실 공부를 열심히.. 더보기
다짐 또 다짐 1. 세상의 모든 행운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럼 뭐 어때.'라고 쿨하게 넘기자. 정말로 그럼 뭐 어떤가? 걔네나 나나 결국은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일 뿐이다. 2. 인생의 즐거움이나 보람, 성취를 showing에 두지 말자. showing은 말 그대로 showing일 뿐이다. 아무리 럭셔리한 옷을 걸쳐도 쇼윈도 속 마네킹의 삶이 행복할 수는 없다. 3. 운동은 꾸준히 하자. 실로 오랜만에 다짐을 해보네. 더보기
왜? 이미 섹스가 레져스포츠化된 사회에서 더 이상 순애보라든가 순정이 의미가 있나 싶다. 그 가치들에 대해 윤리적으로 동조하는 척조차 안 하면서 어째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또 호의적이고 자기 자신을 지킬 생각조차 안 하는 가치들을 찬양하는 글을 쓰고 읽고 노래 부르는 거지? 자기는 즐길 거 다 즐기고 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자기에게 충성을 다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도둑놈 심보같은 건가? 특정한 인간관계에서 자신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하는 정복욕 같은 건가? 그냥 그런 류의 정서가 미학적으로 괜찮은 것 같아서? 그렇다면 그런 것을 선호하는 것이 검정색 스타킹이나 가터 벨트에 대한 아저씨들의 페티시즘과 뭐가 다른가 시퍼요. 더보기
자부심 어제 승승장구에서 김성근 감독 나온 거 보면서 다시 생각에 잠긴다. 김성근 감독 이야기와 다양한 야구 기사와 자서전 등을 통해 많이 봐왔다. 어제 김감독이 했던 얘기도 나에게는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었다. 김성근이라는 남자, 정말 같은 남자로서 존경스럽고 멋있다. 자부심이란 저런 거구나, 라는 게 느껴진다. 남자는 상황에 불평하지 말고 결과로서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그런 얘기를 항상 하시더라. 되게 멋있는 말, 멋있는 인생, 멋있는 자세라는 거 공감하는데 저러한 태도로 남은 인생을 보내보자, 라고 막상 마음을 먹으면 금새 가슴이 또 답답해진다. 그건 너무 피곤한 인생 아닐까, 라는 의문. 즐겁고 달콤하고 유유자적할 수 있는 그런 인생이 나에겐 도저히 허용되지 않는 건가, 라는 자조. 그렇다고 내가.. 더보기
영화와 의리 갑자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 자기를 반겨주는 사람이 매춘부 뿐이라서 매일같이 홍등가를 들락거렸다던데... 그 얘기 처음 들을 때에는 참 핑계도 좋다, 고 생각했는데 나이들고 또 고독이라는 게 대충 이런 거구나는 걸 알 수 있게 되면서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경우엔, 돈이 없다보니 매춘부조차도 반겨주지 않는데 그래도 영화가 있어서 살만하다. 무생물이니까 그런 거지 뭐. 사실 영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예전에도 글로 썼지만 내가 돈 많고 잘 생기고 키 크고 그랬다면 시네마데크라든가 영화제작하는 모임같은 데는 얼씬도 안했을 것이다. 지금도 영화에 미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인연이라면 의리를 지켜야 하지 않나 싶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무지.. 더보기
새로운 메시지 내가 '도대체 왜?'라고 물을 때마다 너는 항상 '그냥'이라고 대답을 했지만 아직도 납득할 수 없다. 정말로 네가 자신의 특정한 말과 행동이 상대방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라면, 애초부터 내가 알아보고 피했겠지. 대인관계 처세술에 있어서 무척이나 능숙한 네가 그런 걸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결국은 나를 엿먹이려고 그랬다는 건데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비꼬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모르겠고 매우 궁금하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사과를 하는 건 무책임한 거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할 수 없다. 그저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너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면 그게 결코 고의는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나를 .. 더보기
남 얘기 누가 다른 남자랑 바람이 났다더라, 하는 얘기 들으면 겉으로는 그냥 웃어넘기면서도 사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냥 남 얘기로 넘기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30대 중반 여교사가 중학생 꼬셔서 놀았다는 기사도 보면서 씁쓸했다. 남편 기분은 어떨까, 애 기분은 어떨까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상념에 잠긴다. 이런 류의 얘기가 들릴 때 그냥 히히덕거리면서 음담폐설을 꺼리낌없이 할 수 있었던 예전이 그립다. 나이를 먹으면서 공감하는 능력이 느는 것을 성숙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이 변화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서 슬슬 잊어가고 있는 안 좋은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니 아주 기분이 좆같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어떤 새끼가 그런 거야? 더보기
의리 사랑에 있어서 선택이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 반대로, 우정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선택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의 결정을 두고 우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래서 인간의 삶에서는 사랑보다는 의리, 우정 이런 게 더 중요하다. 자유의지의 산물이니까. 하지만 또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과 우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랑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더보기
행복 김지운 감독의 이라는 책에서 공감가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그 유명한 라이벌 관계 모자르트랑 살리에르 얘기였는데, 살리에르가 비극적인 인생을 산 것은 음악적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남의 재능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는 얘기였다. 맞는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음악적으로 뛰어난 천재성을 가진 남자보다 못났다 뿐이지 살리에르도 뭐 나름 괜찮은 재능을 가진 사람 아닌가? 뭐, 이 정도면 됐지, 난 귀는 들리잖아,라고 쿨하고 인정하고 자기가 즐길 수 있는 것만 즐겼다면 행복한 인생이었을텐데. 나 개인의 불안함과 불행하다는 느낌 역시 대부분 다른 사람의 소유와 성취, 타고난 것에 대한 지나친 관심에서 온다. 솔직히 나도 꽤나 편하게 사는 편인데, 가끔씩 내가 생각할 때 절대 잘 되어서는 안 될 사람.. 더보기
lifestyle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 좋아함이라는 감정의 대상이 도대체 실질적으로 무엇인지가 참 애매해진다. 내가 좋아한다는 그 사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나의 감각기관으로 느낄 수 있는 그 사람의 육체인가? 아니면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외모의 아름다움? 아니면 좀 내면적인 것일까? 성격이라든가, 윤리관 같은 거? 교양이나 학식? 가장 편리한 대답은 '복합적이다'라는 말. 물론 그 말이 정답이다. 어느 한 가지만이 정답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순위를 매겨보자. 이런 거야 결국은 진리의 '케바케'겠지만, 나의 경우엔 결국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세상에 대한 리액션,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는 방식과 그 근거, 매순간 그 사람이 따르는 원칙, 위급한 상황에서 내리는 결단의 .. 더보기
해리 파괴하기 우디 앨런의 를 봤다. 영화 정말 좋다. 우디 앨런의 말빨이야 원래부터 유명하고, 이 영화에도 정말 죽이는 대사들이 많다. 썰도 좋았지만, 영화적인 형식미도 적어도 내가 보기엔 아주 괜찮았다. 근데 영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 영화의 주인공 해리는 꽤 유명한 소설가인데 자기 지인들의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모습을 아주 시니컬한 투의 글로 풀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당연히 주위 사람들이 무지하게 싫어한다. 우연찮게 이런 영화를 본 오늘 아침, 지인이 자신의 책을 보고 이러저러한 얘기를 했다는 소설가 은희경씨의 tweet을 읽었다. 하하하.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그녀는 랩탑을 들고 나타났다. 나와의 대화 중에도 틈틈이 타이핑을 하길래 뭐를 하냐고 물어봤더니 소설 같은 걸 쓴다고 했다. 아마.. 더보기
감정이라는 짐 & .... 오늘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의 를 보다가 주인공이 옛 연인을 찾아가는 부분에서 갑자기 울컥했다. 별로 머리는 쓰기 싫고 그렇다고 너무 방방 뛰는 거 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드팔마 형님 솜씨나 감상하자고 예전에 몇 번 봤던 를 택한 건데 방심하다가 의외의 부분에서 당했다. 어릴 때는 어떤 감정에 빠지는 과정에서 일종의 나르시즘 같은 것도 있었는데(어린 애들이 자기 우는 모습 셀카치는 거 꽤 이해간다), 이제는 내 속에 남아있는 감수성이 그저 불편할 따름이다. 한 2~30분 엄청난 슬픔과 답답함을 느끼다가 이제 좀 나아졌다. 하마터면, 또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할 뻔 했다. 진짜 또 전화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라고 그러는지.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 감수성이 무뎌지는 걸 안타까워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어서 .. 더보기
여름날 올 여름은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비굴해질 수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휴, 진짜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부끄럽다. 그래도 그런 비굴함이 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이다. 비굴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야 그게 최상이겠지만, 나 좀 불쌍하게 여겨달라고 비굴한 소리하고 자위하고 그러면서 고비를 넘긴 것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급할 때만 존나 굽히고 입 싹 닦지만 않는다면 나도 꽤 괜찮은 인간일 수 있다.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와라. 뭐 그럴 일 별로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더보기
져주는 게 이기는 건가? 남자와 여자가 말싸움을 하면 대체로 여자가 이긴다. 여자가 대체로 남자보단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서 그런 거라고 하던데. 나는 솔직히 그 사람보다 내가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람의 견해는 내가 보기엔 언제나 헛점이 무지하게 많았다. 그런데 그 사람하고 말싸움을 해서 이겨본 적이 없다. 막 논쟁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여기서 더 따지고 들면 남자답지 못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수 없이 백기를 들곤 했다. 웃긴 건, 그녀가 내게 수컷으로서의 실격을 통지한 후에도 그랬다는 거다. 이제는 뭐 남자다운 놈으로 보여봤자 나한테 돌아오는 거 하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다움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자 입을 다물었다. 그녀와 영영 못보게 된지 꽤 되었는데도 가끔씩 화가 난다.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