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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져주는 게 이기는 건가?

남자와 여자가 말싸움을 하면 대체로 여자가 이긴다. 여자가 대체로 남자보단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서 그런 거라고 하던데. 나는 솔직히 그 사람보다 내가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람의 견해는 내가 보기엔 언제나 헛점이 무지하게 많았다. 그런데 그 사람하고 말싸움을 해서 이겨본 적이 없다. 막 논쟁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여기서 더 따지고 들면 남자답지 못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수 없이 백기를 들곤 했다. 웃긴 건, 그녀가 내게 수컷으로서의 실격을 통지한 후에도 그랬다는 거다. 이제는 뭐 남자다운 놈으로 보여봤자 나한테 돌아오는 거 하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다움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자 입을 다물었다. 그녀와 영영 못보게 된지 꽤 되었는데도 가끔씩 화가 난다. 어우, 내가 그 말도 안 되는 개똥철학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니. 져주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 자주 들었는데 솔직히 그냥 미신같은 거 아닌가? 어차피 내 여자도 안 될 거 자기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지, 자신의 가치관이 얼마나 앙상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게 살벌하게 까줬어야 했는데... 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