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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lifestyle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 좋아함이라는 감정의 대상이 도대체 실질적으로 무엇인지가 참 애매해진다. 내가 좋아한다는 그 사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나의 감각기관으로 느낄 수 있는 그 사람의 육체인가? 아니면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외모의 아름다움? 아니면 좀 내면적인 것일까? 성격이라든가, 윤리관 같은 거? 교양이나 학식? 가장 편리한 대답은 '복합적이다'라는 말. 물론 그 말이 정답이다. 어느 한 가지만이 정답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순위를 매겨보자.
  이런 거야 결국은 진리의 '케바케'겠지만, 나의 경우엔 결국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세상에 대한 리액션,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는 방식과 그 근거, 매순간 그 사람이 따르는 원칙, 위급한 상황에서 내리는 결단의 종류, 세상과 인간에 대한 태도 등등 종합적으로 얘기해서 '삶의 방식, 라이프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외모라는 게 뭐 우리가 수컷 혹은 암컷인 이상 성적인 자극을 느낄 정도 수준은 되야 사랑을 할 수가 있겠지만 그게 1순위라고는 볼 수 없다. 내일 당장 지금 옆에 있는 사람보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나타난다면 가차없이 애인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모든 자극적인 스펙타클이 그렇듯이 외모란 것도 금새 질리게 된다(라고들 하더라, 내가 함부로 단정지을 자격은 없겠다. 절세미인을 사귄 적은 없으니).
  히피들의 프리러브 같은 걸 주장하지 않는다면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감정이란 얘기가 되는데, 그 특정인이 세상에서 제일 이쁘거나, 제일 착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사람일까? 본인이 가진 현실적인 제약 같은 슬픈 이유도 있지만, 제일 큰 것은 그 사람만이 가진 그 무엇 바로 라이프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은 정말로 그 사람 밖에 없다. 외모의 경우도 다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 분야의 경우엔 말이야 저마다의 개성이 어떻고 저떻고 하지 실제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게 다 비슷하다. 미인은 누가 봐도 미인이란 얘기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은 다르다. 이건 지문과도 같다. 어떤 지문이 더 이쁘다, 라는 게 없다. 그냥 다를 뿐이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해준 것 중에서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긍정과 응원, 지지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외모나 능력에 대한 칭찬 같은 건 솔직히 그 말 그대로를 믿기에는 내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나 잘 알았고 이런 부분에서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게 뻔히 보이기에 속는 셈치고 좋아하려고 해도 속아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지지는 진심으로 고마워할 수 있었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이란 건 좋고 나쁜 걸 떠나서 정말 나만 가지고 있는 거니까. 로맨틱 코메디 장르의 주 테마가 라이프스타일의 충돌 과정 그리고 결국은 서로의 라이프스타일 존중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유일한 나일 수 있는 것은 결국 라이프스타일 하나 밖에 없다.
  사람들 사는 거 다 비슷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전혀 안 그렇다. 우리가 욕 많이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불쌍한 호인으로 사느니 차라리 이명박이처럼 못되게 출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 있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 그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는 게 그렇게 힘들다. 나 역시 세상과 동떨어지는 기분이 너무나 싫어 표준(?)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른다고 수없이 다짐을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신 당하고 '이제는 나도 삐둘어질테다'라고 호언장담을 했건만 여전히 예전과 별다를 거 없이 살아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에서만큼은 우리가 개성 있는 존재이고 싶지 않아도 개성이 있게 될 수밖에 없는 거다. 결국 싫어도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갈 수 밖에 없을 터인데 만약 그걸 누가 응원해준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