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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행복


  김지운 감독의 <숏컷>이라는 책에서 공감가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그 유명한 라이벌 관계 모자르트랑 살리에르 얘기였는데, 살리에르가 비극적인 인생을 산 것은 음악적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남의 재능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는 얘기였다. 맞는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음악적으로 뛰어난 천재성을 가진 남자보다 못났다 뿐이지 살리에르도 뭐 나름 괜찮은 재능을 가진 사람 아닌가? 뭐, 이 정도면 됐지, 난 귀는 들리잖아,라고 쿨하고 인정하고 자기가 즐길 수 있는 것만 즐겼다면 행복한 인생이었을텐데.
  나 개인의 불안함과 불행하다는 느낌 역시 대부분 다른 사람의 소유와 성취, 타고난 것에 대한 지나친 관심에서 온다. 솔직히 나도 꽤나 편하게 사는 편인데, 가끔씩 내가 생각할 때 절대 잘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고 그게 우울함이 되는 일이 잦았다. 그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훨씬 행복해질텐데.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나는 원래 타인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관심을 가지게 된 것들은 전적으로 그들의 책임이다. 그들이 나에게 '넌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냐?'라고 따졌었다. 그래서 '어, 그런가?'라고 관심을 주었더니 배신감만 잔뜩 안겨주고 떠나더라. 이제와서 그 관심을 거두어 들이려고 하니 그게 또 쉽지가 않다. 야 이십장생들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관심해져야한다. 남 걱정도 하지 말고, 질투도 하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철저하게 지금 내가 느끼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좀 슬프다. 쓸쓸하다. 3~4년 정도 전에 그녀에게 '다른 사람 걱정을 왜 하냐, 내가 걱정해준다고 뭐 달라지냐?'라고 말했던 나인데...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의 내 삶이 굉장히 판타스틱했던 건 아니다. 무미건조함에 가까웠지. 그러나 그 정도면 행복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