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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영화와 의리


  갑자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 자기를 반겨주는 사람이 매춘부 뿐이라서 매일같이 홍등가를 들락거렸다던데...  그 얘기 처음 들을 때에는 참 핑계도 좋다, 고 생각했는데 나이들고 또 고독이라는 게 대충 이런 거구나는 걸 알 수 있게 되면서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경우엔, 돈이 없다보니 매춘부조차도 반겨주지 않는데 그래도 영화가 있어서 살만하다. 무생물이니까 그런 거지 뭐. 사실 영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예전에도 글로 썼지만 내가 돈 많고 잘 생기고 키 크고 그랬다면 시네마데크라든가 영화제작하는 모임같은 데는 얼씬도 안했을 것이다. 지금도 영화에 미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인연이라면 의리를 지켜야 하지 않나 싶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무지하게 많으니까 나같은 놈이 좋아해주든 말든 신경도 안 쓰겠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동안 받은 게 있으니 앞으로 잘 하겠다, 라고 하면 '됐거든'이라고 새침하게 반응하지 않을까? 사실 내가 생각해도 그리 폼나는 프로포즈는 아닌 거 같다. 그치만 원래 의리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나? 당장 봤을 때 마음을 사로잡지는 않아도 결국 시간을 견디는 것은 의리다. 아무튼, 모두가 날 떠나도 끝까지 나랑 놀아주는 친구를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프랑소와 트뤼포의 영화를 사랑하는 법이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