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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금요일 아침


[ 2003년 10월 22일...'FM영화음악'의 오프닝 ]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군대 있을 때 자주 듣던 프로이기는 한데 그 때는 영화에만 관심이 있었지 오프닝 멘트 같은 거에는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삶의 (불완전한) 복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원본인 삶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지. 이제는 주제에 나이 좀 먹었다고 삶에 대해서도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7년이나 지난 라디오 프로의 오프닝 멘트를 찾아보는 것이겠지.

  가을이다. 저도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하지 않을게요. 그게 같은 시대를 조금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난 예의바른 남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