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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모범답안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안철수의 자서전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게 바로 모범답안이구나 싶다. 아주 명쾌한데 화자가 안철수라서 더욱 와닿는다. 아니, '더욱 와닿는다'라기보다는 안철수가 말했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물론, 나같은 보통 사람이 이런 말을 해도 대단한 설득력은 못가질 망정 그럭저럭 괜찮은 반응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저런 말을 하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사람에게 내가 시치미를 뚝 떼고 저런 말을 늘어놓았다면 어땠을까? 그 사람의 나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시기에 이런 얘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면 나쁘지 않은 반응이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그러지 못했으니까 예전 생각은 그만하자. 다시 돌아가도 저런 얘기는 들려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저런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정말로 저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조금 얼굴이 두꺼웠다면 스무스하게 중간 정도는 갈 수 있었을텐데, '모 아니면 도'식의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게 꽤나 피곤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