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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

일요일 내 속에는 2명의 인격체가 있는데, 한 명은 항상 결정을 하고, 다른 한 명은 결과를 감내하는 역할이다. 2명은 정말이지 판이하게 다른 성격이다. 결정하는 놈은 단호하고, 감내하는 놈은 우유부단하다. 둘은 맨날 싸운다. 오늘도 하루종일 싸웠다. 무슨 깡으로 그랬던 거냐?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했다. 이렇게 괴로운 건 너 때문이야. 지금의 이 괴로움은 꼭 거쳐야 하는 거야. 야이 개색기야, 결정은 니가 했으니 니가 감내해야지, 왜 나만 이렇게 괴로워해야 되냐? 휴~ 결정한 것도 나이고, 감내하는 것 또한 내 몫인데, 왜 이렇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더보기
전향을 모색하다. 1. 유물론이 뭔지 몰라도 유물론적인 인생을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유물론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마르크스 책을 다시 사보는 건 뻘짓. 나는 이 사실을 종로 반디앤루니스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다시 집에 돌아오는데 차가 엄청 막히더라. 뻘짓하느라 헬스장도 못 가고. 젠장. 2. 살다 보면 정말로 못된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렇게 못되게 살면서 잘 사는 사람도 있구나, 나도 좀 덜 착해져야지 라고 마음을 먹는다. 그렇게 살다보면 또 되게 착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도 이렇게 착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니! 그들을 보면서 좀 착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론은 그냥 나는 일반인이라는 거. 세상에 못된 사람도 많고, 착한 사람도 많.. 더보기
어느 토요일의 끄적끄적 1. 행복은 Punk다. 런닝 타임이 매우 짧다. 제3자 눈에는 되게 쉬워 보인다. 인생은 Hiphop이다. 규칙적인 Loop + 약간의 변주. 사랑은 Jazz. 머리싸매고 공부해도 improvise에 능한 자를 못 따라간다. 성욕은 J-Pop. 금지되었을 때 더 끓어오른다. 한국남자는 K-Pop이다. 동아시아에서만 먹힌다. 권태란 애국가다. 사정시간을 늦춰준다. 원래는 이런 의도로 쓰기 시작한 게 아닌데 이상한 것만 나오네. 2. 자랄 때는 손톱 발톱처럼 소리소문없더니 자를 때는 손발처럼 존나게 아프다. 3. 후회가 된다는 소리를 하는 놈은 차라리 행복한 거다. 선택권이 자기에게 있었던 순간이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있었다는 얘기니까. 더보기
내일 향박작계를 가야 하는 착한 어린이 워너비의 이야기 새벽 1시가 넘어가면 절망이라는 이름의 폐수가 내 머리 속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2시가 넘어가면 이 더러운 것들이 뇌를 가득 채운다. 이때쯤 머리를 갈라보면 아마 검은색 빛깔의 뇌수가 흘러나오지 않을까? 2시 반이 넘어가면 얼마 전까지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던 놈이 건방지게도 또 다시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시작한다. 그 외에도 인생을 참 잘못 살았구나, 나에게 미래는 없는 것 같다, 평생을 이 지겨운 반복 속에서 보내다가 사라지겠지 등등 우울함 관련 국가대표급 클리셰들로 구성된 진부한 막장 모노드라마가 눈 앞에 플레이된다. 밤늦게까지 사랑을 속삭일 수 있었던 때에는 내가 야행성 인간이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제는 그게 내 인생을 참담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이다. 한 때는 삶의 질을 위.. 더보기
어쨌든 활력을 찾았다. 2007년의 가을이 다시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녀가 나의 열등의식을 마구 자극해준 덕분에 어쨌든 나는 다시 활력을 찾게 되었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책도 다시 보게 되었고, 시험도 보러 다니고, 무엇보다도 계획이라는 걸 다시 하게 되었다. 내 안에 아직도 자기애라는 게 남아있기는 하나보다. 자기를 사랑하라는 얘기, '자기애'라는 단어(나는 이런 어휘가 존재한다는 걸 20대 후반에야 알았다)를 보고 들으면 (아직도) 뭔가가 딱 캐치되는 느낌이 없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자기를 사랑한다는 게 도대체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자위를 하는 이미지만 떠오른다. 자신의 나체를 보고도 발기가 되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더 웃긴 건 내가 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얘기.. 더보기
비가 존나게 오는 새벽 4시 후유~ 겨우 겨우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가 요 며칠간의 방황으로 인해 다시 야행성으로 돌아왔다. 비오는 새벽 4시에 침대에 누운 사람이 잠이 올 리가 없다. 온통 어두컴컴한 생각들이 몸 전체를 감싸고 돌아서 도저히 기분좋게 잠을 청할 수가 없다. 다시 컴퓨터에 앉아 글이나 끄적거린다. 방금 잠이 무지하게 안 와서 밖에 나가서 바람을 쫌 쐐고 왔다. 평소에는 웬만한 비는 그냥 맞고 다니지만 오늘 밤의 비를 맞았다가는 팬티까지 젖을 것 같아서 우산을 찾았다. 문 옆에 놓여있는 3개의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중간에 있는 남색 우산이 내가 직접 구입한 것이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 것이다. 오른쪽에 있는 버버리 무늬의 우산은 대학동기 Y군이 우리 집에 왔다가 놓고 간 것이고, 왼쪽의 노란 우산은 내가 좋아했던 어떤.. 더보기
어둠을 동경한다는 것. 내가 우울한 정서가 지배적인 문화상품을 선호하게 된 건 전적으로 유년기 때 봤던 홍콩영화들 때문이다. 그때 본 작품들은 중국으로의 반환이라는 시대적 상황의 영향 아래에 있어서 대체로 어두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오우삼으로 대표되는 홍콩느와르부터 왕가위의 이상한(?) 멜로물들까지 다들 종말이 머지 않았다는 걸 기정사실화한 채 오늘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내일이 없는 현실이 얼마나 끔직한 지를 그때는 전혀 몰랐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러한 무지 덕분에 유년기의 나는 외로움과 고통, 절망을 그리는 이야기들을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할 수 있었다. 과 , 이 2편을 자기 인생의 홍콩영화로 뽑는 이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하나는 적룡, 주윤발 형님들과 장국영 오빠(!!)가 나오는 사나이들의 총.. 더보기
모범답안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안철수의 자서전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게 바로 모범답안이구나 싶다. 아주 명쾌한데 화자가 안철수라서 더욱 와닿는다. 아니, '더욱 와닿는다'라기보다는 안철수가 말했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물론, 나같은 보통 사람이 이런 말을 해도 .. 더보기
목적의 목적, 목표의 목표 어렸을 땐 새로운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갔는데, 언젠가부터는 나 자신의 결핍 채우기에 매진을 하는 느낌이다. '누구나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위의 두 가지 태도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두 가지 태도는 확실히 다르다. 전자는 자기를 0 혹은 양수로 보고 거기에 더 더하기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고, 후자는 자기를 음수로 보고 양수를 얻어 0가 되겠다고 사는 태도이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현실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일까? 그렇다고 하여도 낮추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지금 인생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만족하며 살다가도, '메리트 없는 인간' 취급을 받았던 과거의 기억이 수시로 나타나 나의 의식을 점거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