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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느 토요일의 끄적끄적 1. 행복은 Punk다. 런닝 타임이 매우 짧다. 제3자 눈에는 되게 쉬워 보인다. 인생은 Hiphop이다. 규칙적인 Loop + 약간의 변주. 사랑은 Jazz. 머리싸매고 공부해도 improvise에 능한 자를 못 따라간다. 성욕은 J-Pop. 금지되었을 때 더 끓어오른다. 한국남자는 K-Pop이다. 동아시아에서만 먹힌다. 권태란 애국가다. 사정시간을 늦춰준다. 원래는 이런 의도로 쓰기 시작한 게 아닌데 이상한 것만 나오네. 2. 자랄 때는 손톱 발톱처럼 소리소문없더니 자를 때는 손발처럼 존나게 아프다. 3. 후회가 된다는 소리를 하는 놈은 차라리 행복한 거다. 선택권이 자기에게 있었던 순간이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있었다는 얘기니까. 더보기
내일 향박작계를 가야 하는 착한 어린이 워너비의 이야기 새벽 1시가 넘어가면 절망이라는 이름의 폐수가 내 머리 속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2시가 넘어가면 이 더러운 것들이 뇌를 가득 채운다. 이때쯤 머리를 갈라보면 아마 검은색 빛깔의 뇌수가 흘러나오지 않을까? 2시 반이 넘어가면 얼마 전까지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던 놈이 건방지게도 또 다시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시작한다. 그 외에도 인생을 참 잘못 살았구나, 나에게 미래는 없는 것 같다, 평생을 이 지겨운 반복 속에서 보내다가 사라지겠지 등등 우울함 관련 국가대표급 클리셰들로 구성된 진부한 막장 모노드라마가 눈 앞에 플레이된다. 밤늦게까지 사랑을 속삭일 수 있었던 때에는 내가 야행성 인간이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제는 그게 내 인생을 참담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이다. 한 때는 삶의 질을 위.. 더보기
어쨌든 활력을 찾았다. 2007년의 가을이 다시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녀가 나의 열등의식을 마구 자극해준 덕분에 어쨌든 나는 다시 활력을 찾게 되었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책도 다시 보게 되었고, 시험도 보러 다니고, 무엇보다도 계획이라는 걸 다시 하게 되었다. 내 안에 아직도 자기애라는 게 남아있기는 하나보다. 자기를 사랑하라는 얘기, '자기애'라는 단어(나는 이런 어휘가 존재한다는 걸 20대 후반에야 알았다)를 보고 들으면 (아직도) 뭔가가 딱 캐치되는 느낌이 없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자기를 사랑한다는 게 도대체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자위를 하는 이미지만 떠오른다. 자신의 나체를 보고도 발기가 되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더 웃긴 건 내가 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얘기.. 더보기
비가 존나게 오는 새벽 4시 후유~ 겨우 겨우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가 요 며칠간의 방황으로 인해 다시 야행성으로 돌아왔다. 비오는 새벽 4시에 침대에 누운 사람이 잠이 올 리가 없다. 온통 어두컴컴한 생각들이 몸 전체를 감싸고 돌아서 도저히 기분좋게 잠을 청할 수가 없다. 다시 컴퓨터에 앉아 글이나 끄적거린다. 방금 잠이 무지하게 안 와서 밖에 나가서 바람을 쫌 쐐고 왔다. 평소에는 웬만한 비는 그냥 맞고 다니지만 오늘 밤의 비를 맞았다가는 팬티까지 젖을 것 같아서 우산을 찾았다. 문 옆에 놓여있는 3개의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중간에 있는 남색 우산이 내가 직접 구입한 것이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 것이다. 오른쪽에 있는 버버리 무늬의 우산은 대학동기 Y군이 우리 집에 왔다가 놓고 간 것이고, 왼쪽의 노란 우산은 내가 좋아했던 어떤.. 더보기
어둠을 동경한다는 것. 내가 우울한 정서가 지배적인 문화상품을 선호하게 된 건 전적으로 유년기 때 봤던 홍콩영화들 때문이다. 그때 본 작품들은 중국으로의 반환이라는 시대적 상황의 영향 아래에 있어서 대체로 어두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오우삼으로 대표되는 홍콩느와르부터 왕가위의 이상한(?) 멜로물들까지 다들 종말이 머지 않았다는 걸 기정사실화한 채 오늘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내일이 없는 현실이 얼마나 끔직한 지를 그때는 전혀 몰랐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러한 무지 덕분에 유년기의 나는 외로움과 고통, 절망을 그리는 이야기들을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할 수 있었다. 과 , 이 2편을 자기 인생의 홍콩영화로 뽑는 이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하나는 적룡, 주윤발 형님들과 장국영 오빠(!!)가 나오는 사나이들의 총.. 더보기
모범답안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안철수의 자서전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게 바로 모범답안이구나 싶다. 아주 명쾌한데 화자가 안철수라서 더욱 와닿는다. 아니, '더욱 와닿는다'라기보다는 안철수가 말했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물론, 나같은 보통 사람이 이런 말을 해도 .. 더보기
목적의 목적, 목표의 목표 어렸을 땐 새로운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갔는데, 언젠가부터는 나 자신의 결핍 채우기에 매진을 하는 느낌이다. '누구나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위의 두 가지 태도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두 가지 태도는 확실히 다르다. 전자는 자기를 0 혹은 양수로 보고 거기에 더 더하기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고, 후자는 자기를 음수로 보고 양수를 얻어 0가 되겠다고 사는 태도이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현실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일까? 그렇다고 하여도 낮추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지금 인생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만족하며 살다가도, '메리트 없는 인간' 취급을 받았던 과거의 기억이 수시로 나타나 나의 의식을 점거할 .. 더보기
장점을 살리기 얼마 전에 본 로이스터 감독의 10대1 인터뷰 중 '단점 보완보다는 장점 살리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훈련'이라는 메시지에 감명을 받았다. 그의 철학을 나 자신의 관리법에도 적용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겁이 많고 소심하며 내성적인 인간이 단시간에 과감하고 활력있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는 없다. 소심한 사람의 대부분은 죽을 때까지 소심하게 산다. '그래도 나는 다르다'라는 생각은 무모하다. 나도 아마도 그럴 것이다. 물론 잠깐의 외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이 싫다고 전혀 다른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건 잠시다. 왜냐하면 그것은 말 그대로 보여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겁이 많고 소심하며 내성적인 나의 모습을 일단 인정하자. 그리고 그런 면에서 찾을 수 있는 밝은.. 더보기
리액션이 전부다.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평가한다. 그 결과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접근을 하고자 하고 누군가와는 거리를 둔다. 그 평가의 대상은 그 사람 자체를 본다고 하지만서도, 현대사회에선 역시나 '숫자'가 제일 영향력있는 참고자료가 된다. '숫자를 거짓말을 안 한다'라는 사고방식이 더 이상 소수 자본가만의 것이 아닌 시대가 되었으니까. 그렇지만 얘기의 말미에 가면 '그래도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명제를 다들 붙인다. 맞다. '제일'까지는 몰라도 사람이 상당히 중요한 건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내 생각에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거의 '리액션'을 보고서 인 것 같다. 액션은 대부분 계산해서 한다. 준비기간이 꽤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액션을 .. 더보기
let bygone be bygone 난 항상 소극적이고 겁이 많고 안정적인 선택만을 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어느 순간 그런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좀 더 위험해보이는 선택을 몇 차례 했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이제 다시 원점. 꽤 긴 시간이 갔고, 남은 거 라곤 몸과 마음의 상처 뿐. 배운 건 좀 있으려나? '이랬어야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없는데, 그래도 뭔가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를 좀 하자면, 내가 피부로 위기를 느낄 때에는 이미 시기가 늦은 것이라는 걸 알았어야 했다. 그럴 땐 뭐라도 해야겠다고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신중하게 선택하고 조심스럽게 상황에 접근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과감한 수를 놓는 거는 위기가 느껴질 때 하는 게 아니라 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