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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동경한다는 것. 내가 우울한 정서가 지배적인 문화상품을 선호하게 된 건 전적으로 유년기 때 봤던 홍콩영화들 때문이다. 그때 본 작품들은 중국으로의 반환이라는 시대적 상황의 영향 아래에 있어서 대체로 어두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오우삼으로 대표되는 홍콩느와르부터 왕가위의 이상한(?) 멜로물들까지 다들 종말이 머지 않았다는 걸 기정사실화한 채 오늘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내일이 없는 현실이 얼마나 끔직한 지를 그때는 전혀 몰랐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러한 무지 덕분에 유년기의 나는 외로움과 고통, 절망을 그리는 이야기들을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할 수 있었다. 과 , 이 2편을 자기 인생의 홍콩영화로 뽑는 이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하나는 적룡, 주윤발 형님들과 장국영 오빠(!!)가 나오는 사나이들의 총.. 더보기
모범답안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안철수의 자서전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게 바로 모범답안이구나 싶다. 아주 명쾌한데 화자가 안철수라서 더욱 와닿는다. 아니, '더욱 와닿는다'라기보다는 안철수가 말했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물론, 나같은 보통 사람이 이런 말을 해도 .. 더보기
목적의 목적, 목표의 목표 어렸을 땐 새로운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갔는데, 언젠가부터는 나 자신의 결핍 채우기에 매진을 하는 느낌이다. '누구나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위의 두 가지 태도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두 가지 태도는 확실히 다르다. 전자는 자기를 0 혹은 양수로 보고 거기에 더 더하기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고, 후자는 자기를 음수로 보고 양수를 얻어 0가 되겠다고 사는 태도이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현실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일까? 그렇다고 하여도 낮추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지금 인생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만족하며 살다가도, '메리트 없는 인간' 취급을 받았던 과거의 기억이 수시로 나타나 나의 의식을 점거할 .. 더보기
장점을 살리기 얼마 전에 본 로이스터 감독의 10대1 인터뷰 중 '단점 보완보다는 장점 살리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훈련'이라는 메시지에 감명을 받았다. 그의 철학을 나 자신의 관리법에도 적용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겁이 많고 소심하며 내성적인 인간이 단시간에 과감하고 활력있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는 없다. 소심한 사람의 대부분은 죽을 때까지 소심하게 산다. '그래도 나는 다르다'라는 생각은 무모하다. 나도 아마도 그럴 것이다. 물론 잠깐의 외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이 싫다고 전혀 다른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건 잠시다. 왜냐하면 그것은 말 그대로 보여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겁이 많고 소심하며 내성적인 나의 모습을 일단 인정하자. 그리고 그런 면에서 찾을 수 있는 밝은.. 더보기
리액션이 전부다.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평가한다. 그 결과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접근을 하고자 하고 누군가와는 거리를 둔다. 그 평가의 대상은 그 사람 자체를 본다고 하지만서도, 현대사회에선 역시나 '숫자'가 제일 영향력있는 참고자료가 된다. '숫자를 거짓말을 안 한다'라는 사고방식이 더 이상 소수 자본가만의 것이 아닌 시대가 되었으니까. 그렇지만 얘기의 말미에 가면 '그래도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명제를 다들 붙인다. 맞다. '제일'까지는 몰라도 사람이 상당히 중요한 건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내 생각에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거의 '리액션'을 보고서 인 것 같다. 액션은 대부분 계산해서 한다. 준비기간이 꽤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액션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