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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

져주는 게 이기는 건가? 남자와 여자가 말싸움을 하면 대체로 여자가 이긴다. 여자가 대체로 남자보단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서 그런 거라고 하던데. 나는 솔직히 그 사람보다 내가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람의 견해는 내가 보기엔 언제나 헛점이 무지하게 많았다. 그런데 그 사람하고 말싸움을 해서 이겨본 적이 없다. 막 논쟁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여기서 더 따지고 들면 남자답지 못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수 없이 백기를 들곤 했다. 웃긴 건, 그녀가 내게 수컷으로서의 실격을 통지한 후에도 그랬다는 거다. 이제는 뭐 남자다운 놈으로 보여봤자 나한테 돌아오는 거 하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다움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자 입을 다물었다. 그녀와 영영 못보게 된지 꽤 되었는데도 가끔씩 화가 난다. 어.. 더보기
영화리뷰 따위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그런 것들을 감상하고 나서 소감을 글로 적거나 자기 입으로 썰을 푸는 행동이 과연 그렇게 고상한 짓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나도 그런 짓을 하면서 나 자신이 굉장히 교양있는 인간이 된 것 같다는 이상한 쾌감을 느낀 적 많았는데 요즘 들어 좀 반성하게 된다. 그런 걸 하면서 동시에 그게 되게 고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의미있는 짓이려면 그 대상이 무엇인가와 관계없이 평가를 하는 기준이나 그 대상에 접근하는 태도가 좀 달라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고 와서 그걸 평가하는 태도가 자기가 어제밤 업소에서 경험한 매춘부의 외모 및 서비스 능력을 품평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면, 그 대상이 매춘부냐 영화냐의 차이만 있을 뿐 특별히 그 행동이 어느 .. 더보기
홍상수 영화 대학 다닐 때에는 홍상수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무슨 영화가 술 마시는 거랑 떡치는 거밖에 없냐?' 근데 직장 다니면서 그 질문에 답을 얻었다. 뭐 개중에는 되게 버라이어티하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한국인에겐 정말로 그거 뿐이다. 직장생활 하면서 뭔가 사건다운 사건, 이벤트다운 이벤트가 일어나는 장소는 술자리가 아니면 여자랑 있을 때 뿐이었다. 그 외의 시간들은 끊임없는 노동의 연속이고, 그 시간동안 누구도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술자리와 섹스를 주요한 피사체로 삼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아, 감독님. 감독님이야말로 현대의 한국인에 대해 가장 아시는 시네아스트이시군요. 존 to the 경. 더보기
쿨함의 비윤리성 아무리 죄가 중해도 '내가 잘못했구나'라며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혹은 가진 척 하는) 사람은 숭고한 캐릭터가 되고, 정말로 아무 잘못 없이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일단 '저새끼 죽일놈'이라며 목에 핏대 세우고 흥분을 하면 그 사람은 찌질이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라리 전자가 낫겠다며 일부러 죄를 짓고 존나 우아한 자세로 고급 술을 빨며 그럴듯한 자책의 멘트를 뱉는다. 역겹다. 하지마라. 더보기
loyalty 삼성이란 기업에 좋은 감정도 없고,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나의 고향팀)에 대한 열정도 예전같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이 집단에 충성을 다하는 양준혁이라는 남자는 무지하게 멋있어 보인다. 라인하르트는 재수없지만 키르히아이스에겐 괜히 잘됐으면 좋겠단 생각 가지는 거랑 비슷한 건가? 더보기
존나 어려운 거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라고 말을 하기란 존나 쉬운데, 정말로 그렇게 마음을 먹기란 존나 어렵다. 이것만 되면 정말 세계 정복이라도 할 텐데. 더보기
형용사 윤리적인 의도 아래 감성적인 창작을 하되, 방법론은 과학적으로... 더보기
이게 아니구나. 연애(혹은 사랑)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게 단팥빵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막 들이팠다. 그렇게 파다보면 아주 달콤한 알맹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이건 도너츠에 가깝다. 달콤한 것들은 주변부에 있고 중앙은 텅 비었다. 그러니까 남녀(혹은 남남, 녀녀)가 서로 간 보고 밀고 당기다가 어떤 계기에 의해 가까워지고 손 잡고 포옹하고 키스하고 떡치고 소꿉놀이하고 퇴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즐기고 이런 이제까지 액세서리라고 여겼던 그런 요소들보다 상위의 그 무엇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이드에 있는 달콤한 부분을 맛보면서 우회해야지, 있지도 않은 알맹이를 향해 직선주로를 타는 것은 아주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척정신은 서부에서나 .. 더보기
review 갑자기 든 생각. 영화를 글이라는 형태로 review하는 건 많은데, 그 반대는 안 되는 건가? 문학을 영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일종의 review인가? 근데 왜 다들 최종적으로는 글이라는 형태로 환원해서 결론지어야 되는가? 글이라는 형태가 가장 clear하다고 보는 건가? 더보기
bedeviled 이렇게 사이코패스가 되어가는거 구나 싶은 요즘이다. 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보고 싶다. 더보기
영화보고 책보고 영화와 책, 음악 이런 걸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좋아한다 혹은 사랑한다고 말을 하려면은 그 대상과 함께 하기 위해 치뤘던 기회비용이 굉장히 거대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 기회비용의 크기에 따라 사랑을 측정할 수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영화나 음악, 문학 등 예술에 대한 나의 사랑은 존나 보잘 것 없다. 내가 키가 크고 잘 생기고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과연 이런 거에 시간을 쓸까? 안 쓸 것 같다. 여자 따먹으러 다니느라 정신없겠지. 따라서 이런 건 사랑은 아니다. 그냥 nerd 타입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거 밖에 할 게 없는 거다. 일종의 도피인 셈이다. 도피가 나쁜 거라고는 하지만 그건 내 죄가 아니다. 내가 나로 태어난 걸 난 선택한 적이 없거든. 비문증.. 더보기
그냥 생각 땅이 평평하고 단단하면 아무리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는다. 지질이 무르거나 땅이 파여서 쑥 들어간 부분이 있어야 그곳에 물이 고이면서 저수지같은 게 된다. 어떻게든 모나지 않고 평평하고 단단한 상대를 만나려고 온갖 검증을 하는 게 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완벽한 100%의 여자아이를 만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과 내가 유의미한 뭔가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 아무리 비를 내려봐야 고이지 않을 터인데 말야. 물론 그런 사람을 어떻게든 내 옆에 잡아둘수만 있다면야 좋기야 할 것이다. 살면서 뭐랄까 여러모로 마음고생할 이유도, 이런저런 트러블을 겪을 일도 없겠지. 데리고 다니면 폼도 나고, 뭔가 나란 사람이 상당히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증명도 될 것 같고. 그러나 그 사람이 나와 특별한 관.. 더보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질문 3가지 "너, 나를 사랑(하기는)하니?"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왜 나를 낳았어요?" 질문을 하고 싶어도 참고 안 하는 건 쉽다. 그러나, 마음 속의 의문까지 지워내는 건 어렵다. 더보기
노 to the 가리 알프레드 히치콕의 을 다시 보았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엔 정말 비장한 마음으로 보았다. '이 영화가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지? 흥~'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눈에 불을 켜고 DVD를 플레이했는데 엄청난 샷은 안 보이고 초반에 주인공과 노파가 꽤나 긴 노가리를 까길래 좀 김이 빠졌었다.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그 노가리가 사실은 꽤나 매력적인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알고 보면 극의 전개와 관계도 있다. 아주 아주 괜찮은 노가리였던 듯. 더보기
conversation 1.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을 보고 있는데, 진짜 리듬이 너무 너무 느리다. 오늘 내로 다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진 해크만의 졸라게 외로운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 같은데 흠... 기분 탓인지 오늘 이 2시간이 안 되는 영화를 계속 보다가 말다 보다가 말다 하고 있다. 휴 진짜 영화보는 것조차 쉽지 않네. 2. 나의 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실로부터 온전히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잠이다. 요즘 제일 행복한 시간은 잠 잘 때이다. 그런데 어제는 악몽을 꿨다. 이건 반칙이다. 3. 착하고 무능력한 인간은 정글에서의 초식동물과 같다. survival of the fittest란 것도 예전부터 알았고. 다만 그 초식동물이 나인지를 몰랐었다. 4. 휴 종교를 가지고 싶단 생각이 .. 더보기
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 인생은 혼자 걸어가는 길이라고 예전부터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정말로 혼자가 되니까 그게 정말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 관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서 어쨌든 만나는 사람이 있고 본질이 없는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다행인 것 같다. 나는 원래 사람 자체가 그렇게 매력이 있지 않아서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노선(?)에서 이탈할 경우 주위 사람의 대부분이 떠날 것이라고 생각은 예전부터 했었다. 그러나 그게 예견을 한다고 해서 막상 닥쳤을 때 의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 군대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장교의 myspace를 들렸다. myspace에 거의 4년 만에 들어가보는 거였는데 그 친구가 내게 남긴 멘트가 있었다. 날짜는 2007년 9월. 후~ 그것도 벌써 3년 전이구나. 3년이 .. 더보기
폭력의 역사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에 대한 허문영 영화평론가의 글이다. 읽으면서 '아하~!'했던....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article_id=48707&page=27&mm=100000006 이제와서 변명 좀 하자면, 나도 보면서 '어, 뭔가 설명이 불충분한데...'라는 느낌 정도는 가졌는데 친절하지 않은 요즘 영화들에 너무나 익숙해지다보니 별 생각없이 넘어갔었다. 침묵도 또 하나의 소리였구나!! 영화뿐만 아니라 일상의 대화 역시 장황한 설명이 쏟아져 나올 때보다는 침묵의 타이밍에 더 귀를 쫑긋 세워야 하는 법!! 더보기
금요일 아침 [ 2003년 10월 22일...'FM영화음악'의 오프닝 ]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군대 있을 때 자주 듣던 프로이기는 한데 그 때는 영화에만 관심이 있었지 오프닝 멘트 같은.. 더보기
질투 오늘 인터넷 뉴스를 통해 어느 명문 대학교가 정원의 80%를 수시로 뽑겠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나는 수시라는 제도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수시로 들어오는 친구들은 정시로 입학한 나같은 사람들과는 좀 다른 유형의 인간처럼 보였다. 대체로 외모도 잘 났고 집안도 괜찮고 공부 외에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게 많았다. 이런 애들이 학벌까지 나랑 비슷해버리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엄친아', '엄친딸'의 증가에는 이 수시라는 제도가 한몫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내가 잘 하는 무엇인가가 한 가지 정도는 있을 거야'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 같은 루저들의 눈에는 그 제도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도 수시로 학교에 들어왔다. 그 점 때문에 어느 정도 질투심이 있었던.. 더보기
복수, 2009 복수 감독 두기봉 (2009 / 프랑스,홍콩) 출연 조니 할리데이 상세보기 두기봉의 를 이제서야 보았다. 프랑스 쪽과 협업했다고 들었는데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자니 할러데이가 나온다는 것 외에는 언제나 보아왔던 두기봉 표 액션물이다. 황추생과 좀 뚱뚱한 아저씨, 추신수를 닮은 젊은이 그리고 졸라 멋진 임달화 형님까지 두기봉 사단이 어김없이 총출동하고, 배경도 홍콩과 마카오의 좁은 골목들, 혼잡한 거리가 주이다. 내가 두기봉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작품 당 3~4차례 정도 나오는 죽이는 시츄에이션들 때문이다. 에도 괜찮은 시츄에이션이 몇 개 있다. 총을 쏴서 자전거를 나가게 하는 거 괜찮았고, 마지막에 스티커를 붙인 나쁜 놈을 찾아다니는 시츄에이션도 좋았다. 그런데 시츄에이션의 창의.. 더보기